오페라의 유령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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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처음 국내에 번역판이 출간되어 화제가 되고도 한참이 지나서였던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였다. 우연히 갔던 도서관 귀퉁이에 놓여져 있었던 책 ‘오페라의 유령’을 보았다. 유령과 오페라.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로 이루어진 제목과, 흰 가면의 표지 그것은 나를 매료시키기 충분했다.
나는 책을 편식하는 버릇이 있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장르의 책에 대해서 선입견부터 가지고 보았다. 이전에 나는 주로 역사와 관련된 책만을 주로 읽었었다. 내가 알고 있는 역사 이면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될 때의 그 기분 때문이었다. 그 기분은 여느 소설을 읽을 때와는 다른 기분이었다. 숨어있는 진실에 대한 예측할 수 없는 놀라움. 나에게 있어 소설은 언제나 예측할 수 있는 이야기였고 그 이야기에 대한 결말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표지와 제목에 매료되어 책을 빌리기는 했으나 내가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라서 선뜻 읽기가 꺼려졌었다. 뻔한 결말, 이야기일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 마다, 심장이 뛰었다. 에릭, 크리스틴 다에, 라울자작 세 사람이 등장과 에릭과 크리스틴과 라울의 엇갈린 사랑과 그에 따른 사건이 하나둘씩 일어나면서 벌어지는 숨막히는 이야기의 전개. 책은 나를 단숨에 읽게 빠져들게 만들었다.
오래전에 읽어서 그런지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때 느낀 감정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시간에 따라 내 기억도, 감정도 하나 둘 씩 지워져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읽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장르에 대한 선입견이 다시 나타났는지, 읽을 엄두가 나질 않았다. 한동안 그냥 그렇게 잊고 지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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