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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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는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먼저 책 얘기부터 하고자 한다. 에쿠니 카오리/츠지 히토나리라는 두 명의 소설가에 의해 쓰여진 원작소설 ‘냉정과 열정사이』는 참으로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일본의 유명한 두 남녀 소설가가 월간지에 번갈아 기고해 가면서 완성해 낸 이 소설은 현대 일본의 로맨스 소설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매력적인 독백의 문체로서 `30세가 되는 날 연인들의 성지인 피렌체의 두우모에서...`란 낭만적 약속을 마지막까지 지켜내는 두 남녀의 낭만과 서정 사이에서 변치 않는 사랑이란 건 환상에 불과한 것이라는 전혀 낭만적이지 못한 주제를 던진, 제목 그대로 `냉정과 열정사이`를 이야기한 묘한 패러독스를 지닌, 그렇기에 더욱 매력적인 모던한 작품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나카에 이사무의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는 과연 어떠한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국에 상륙한 이래 우리나라에서 유행한 일본 소설들은 대부분 사랑의 휘발성(揮發性)에 관해 이야기해왔다. 일련의 작품들이 영원한 사랑과 사랑의 진정성이 한낱 신화에 지나지 않는다는, 어떤 의미에서는 조금 상투적인 인식에서 출발한다. 현대 일본 작가들은 쿨(cool)한 독백의 문체로 사랑의 건조함과 새로운 인간의 조건을 이야기했던 것이다. 말쑥하게 생긴 두 남녀 작가가 월간지에 번갈아 기고해 완성한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의 원작 소설도 얼핏 보면 그와 같은 일련의 소설들을 닮아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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