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 군더 프랑크의 리오리엔트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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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 군더 프랑크는 한국의 독자에게는 꽤 친숙한 필자이다. 『리오리엔트』 이전에도 『저개발의 개발: 제3세계의 경제와 종속이론 그리고 빈곤의 원리』,『세계경제의 분석: 1980년대를 중심으로』라는 두 권의 책이 번역되었으며 그 가운데 『저개발의 개발』은 종속이론에 관한 것이었는데 많은 독자를 얻었고 1980년대의 학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세계경제의 분석』은 그다지 영향을 주지 못했다.
24년의 시간이 흐른 후에 번역 출판된『리오리엔트』는 그 소재와 분석방법이 자못 다르다. 소재는 전근대의 세계경제로 확대되어 있으며 분석방법은 장기에 걸친 경기순환 속에서의 중심과 주변의 교체를 포함하고 있다. 이 책이 영향을 주는 범위는『저개발의 개발』보다 넓은데 한국의 역사 연구자만이 아니라 세계경제 연구자의 관심도 끌고 있는 듯하다.
『리오리엔트』의 「리」는 오리엔트를 재발견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의 「리」는 일반적으로 짐작할 수 있는 것보다 의미가 더 깊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하나의 「리」는 아시아에서 유럽적인 발전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다. 아시아에서 봉건사회를 발견하는 논의, 전근대 아시아의 사유재산제도에 관한 논의, 전근대 아시아에서의 초기 공업화에 관한 논의 등은 모두 아시아에서 유럽적인 발전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에 맥락이 닿아 있다.

< 중 략 >

이 두번째의 논점에는 불명확한 점이 있다. 하나의 지역으로서의 세계경제가 존재한다고 함은 각 지역에서 가격이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뜻이 된다. 이렇게 해서 세계경제의 상승과 하강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유라시아 대륙 전체가 하나의 상권에 들어와 있었다고 하지만 그 상권은 곳곳에서 분절되어 있었다. 광저우에서 리스본에 이르는 상권은 크게 다섯 개의 상권으로 나뉘었다. 광저우에서 말라카는 중국 상인이, 말라카에서 고아는 인도 상인이, 고아에서 호르무즈는 아라비아 상인이, 호르무즈에서 케이프타운 및 케이프타운에서 포르투갈은 유럽 상인이 중개했다. 연결되는 도중의 시차, 각 지역의 흉풍, 각국의 전략의 차이 때문에 가격의 움직임은 달랐다. 17세기 전반에 유럽의 물가는 상승했지만 중국의 물가는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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