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영화 `카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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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작품은 고등학교 때 읽은 적이 있다. ‘변신’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사람이 벌레로 변한다니 얼토당토 않는 내겐 너무 허무맹랑한 이야기라 그저 읽고 지나갔던 기억이 있다. 영화 ‘카프카’에서 ‘변신’을 쓰고 있는 카프카를 다시 보긴 했지만 다시 카프카를 만난 것은 지난학기 수업교재였던 ‘명작에서 길을 묻다’에서였다. 수업을 들으면서 카프카가 처한 배경과 그 당시 상황을 통해 다시 한 번 ‘변신’이라는 작품을 접할 수 있었다. ‘변신’ 그레고르의 가족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내가 생각한 가족은 내가 아무리 잘못을 해도, 세상 모든 곳에서 배척당해도 나를 품어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하지만 그레고르의 가족은 그렇지 않았다. 하루아침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르를 보고 경악하고 배척한다. 가족을 위해 다녔던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그의 방은 창고로 쓰여지고, 가족들은 그의 흔적을 지워가고, 마침내 그가 죽었을 때 신에게 감사하기까지 한다. 물질중심이 된 사회에서 하나의 인간이 아닌 기계의 일부분으로서 죽은 것이다. 이는 카프카가 생각한 가족의 모습이 반영된 것일 것이다. 카프카에게 있어 가족이란 어떤 존재였을지 조금은 상상이 갔다. 카프카에게 아버지는 너무도 두렵고 커다란 존재였다. 온갖 노력을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그늘. 아버지는 늘 카프카가 하는 것에 반대하고 또 카프카는 그런 아버지를 굉장히 무서워하고 경멸하지만 언제나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던 것 같다. 이런 관계는 카프카에게 있어 커다란 영향을 미쳤고, 그것이 카프카의 작품 곳곳에 묻어있었다.
영화 ‘카프카’는 이러한 카프카의 모습을 잘 비추어주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변신’을 쓰고 있는 한 평범한 보험회사 직원 카프카의 삶을 그대로 담은 1919년의 날을 담은 영화. 분명 오랜 시간이 지난 영화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지금 시대를 비추어주는 영화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친한 동료 에두아르의 실종에서부터 시작되는 카프카의 이야기는 초반부터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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