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민복 시인 말랑말랑한 힘 감상문, 길 위에 깔려죽은 뱀은 납작하다, 불탄산, 뿌리의 힘, 달과 설중매, 뻘, 딱딱하게 발기만하는 문명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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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시집 말랑말랑한 힘 _ 시인의 말
박형준 시인이 함민복은 우리 시대의 축복이다. 라며 함민복 시인의 말랑말랑한 힘을 소개하고 있었다. 맨발로 지구를 신고 있다는 표현과 함께...
초보자, 중급자, 상급자로 나누어진 시집들 중, 욕심 같아서는 중급자나 상급자의 수준이라는 시집들을 읽고 싶었지만 결국은 초급자의 시집으로 손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시에 대한 감상은 집을 짓듯 차근차근 벽돌을 쌓아가는 마음으로 키워야 할 것 같다는 마음에서...
아직도 어린나이이지만 중학생, 고등학생 때 시 쓰기를 즐겨하고 독서하기를 즐겨하는 형의 영향으로 그렇게 싫어하던 독서에 맛을 느끼기 시작했고, 여기저기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 탓에 그 분출구로 시를 택했었다. 그리고 약 5년간 나의 학창시절은 여기저기 끄적거린 시 아닌 시들이 넘쳐났었다. 지금 꺼내어 읽어보면 부끄러울 정도로 감정의 과잉과 사회에 대한 불만들만 가득 한 것 같아 부끄러움이 느껴진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천직이 되어버린 연극쟁이 역시도 그 시절 감정을 쏟아내지 못하던 한 내적문제아의 기질이 영향을 많이 끼쳤다고 믿는다.
그런데, 나는 지금 시를 쓰지 못하고 있다. 글 쓰는 연극배우가 되겠다는 이상과 함께 시작한 문학 그리고 글쓰기 공부마저도 시를 쓰고자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일까?
너무 바쁜 공연 일정과 기획들이 마음의 발목을 붙잡아 쉽사리 펜을 들지 못하고 자판을 두드리지 못하게 하는 것일까?

< 중 략 >

짧은 시에서 반복적으로 6차례 나오는 말랑말랑은 눈으로 읽으나 소리 내어 읽으나 읽는 이의 마음까지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말랑말랑의 힘. 말랑말랑한 힘.
제목을 뻘이라고 알고 이 시를 읽는다면 뻘의 부드러움과 수많은 생명을 느낄 수 있다. 말랑말랑한 뻘의 흙이 나의 발을 휘감고 말랑말랑하게 나아가야할 길을 잡아준다. 길이 없는 뻘에서 흙이 길을 잡아준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바다 속 생명의 보고인 뻘이 사람이 살아가는, 걸어가는 정답이 들어있다는 것일까? 딱딱해져만 가는 도시의 문명과 딱딱해져만 가는 사람들의 삶, 정신, 정서, 마음들이 말랑말랑한 뻘의 생명력과 힘을 알길 바라는 노래와도 같다. 말랑말랑 말랑말랑 마음을 녹이는 시어와 흙, 발, 가는 길, 힘 등의 시어는 간결하고 강렬하게 의미를 전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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