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대왕의 창작역량에 찬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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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금요일 저녁 7시. 학교 수업을 마치고 난 뒤, 부리나케 대학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올해 처음 접하게 되는 연극. 사실 배우의 대사들로만 이루어진 연극 보다는 현란한 춤사위나, 웅장한 사운드와 노래가 곁들여진 뮤지컬을 좀 더 즐겨보는 편이다. 배우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측면에서 정적인 대사보다는 동적인 노랫말을 통한 이입이 좀 더 깊은 동기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대학로에서 접하게 되는 연극들은 늘 약간의 섭섭함과 아쉬움을 남긴 채 무대인사를 맞이하곤 한다. 연극과 뮤지컬사이의 우월성을 논하기 보다는 단지 내 개인적인 성향에 의한 분별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날 관람하기로 되어있었던 ‘파리대왕’ 은 연극이다. 내 속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기대감을 조금은 억누르고, 반절만큼의 기대감만 적당히 안은 채 극장을 향했다. 시작시간에 맞춰서 아슬아슬하게 도착해서 그랬는지 객석은 이미 만원 상태였다. 억지로 자리를 낑겨 앉아야 하는 상황... 썩 내키지 않는 시작이다. 결국 스텝에게 여분의 의자를 부탁하여 통로 쪽 계단에 앉아 관람하기로 했다. 이 전 보다는 조금 편해진 내 엉덩이에 만족해하며 극의 시작을 알리는 한 배우의 인사말을 접하게 된다. 아무리 연극에 쉽게 동하지 않는 취향이라 할지라도, 연극과 뮤지컬 모두 극이 시작되고 배우가 등장하기 직전의 순간은 똑같이 긴장되고 두근거린다.
첫 장면의 무대가 매우 허전하다. 아니, 아무것도 없다. ‘영국 소년들의 무인도 표류기’라는 대강의 줄거리를 파악하고 갔던 나는 해변을 연상시키는 야자수나 모래, 바위 등 여러 가지 조형물이나 무대장치를 기대했었다. 헌데 극의 시작을 알리는 그 순간 까지도, 배우가 등장한 순간까지도 무대 위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아무런 무대장치가 설치되어있지 않고, 심지어 바다의 풍경을 그려놓은 벽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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