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여인의 키스'를 읽고 - 마누엘 푸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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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이라는 폐쇄된 공간의 설정은 매우 탁월했던 것 같다. 지향하는 바가 서로 다른 두 사람은 쉽게 갈등을 일으킬 여지가 크고 그 갈등 끝에 서로에 대한 애정과 연민이 스며들 수 있기 때문이다. 몰리나는 감옥의 지루한 생활을 견디기 위해 발렌틴에게 영화 이야기를 들려준다. 발렌틴 역시 따분한 일상보다는 몰리나의 영화 이야기에 흥미가 있다. 그러나 둘은 영화 이야기를 놓고 서로 말다툼을 벌인다. 몰리나의 이야기에 발렌틴이 이성적으로 개입하면서 갈등이 야기된 것이다. 예를 들면 몰리나는 나찌영화에서 독일군 장교와 여배우(레니)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여기에 발렌틴은 시종일관 몰리나에게 나찌는 적이다, 레지스탕스가 우리편이다라는 말을 내뱉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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