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기억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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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지중해의 기억」을 읽기 위해 표지를 보았을 때는 정말 흥미로운 해적소설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첫 장을 여는 순간부터 펼쳐지는 지중해 유물의 사진들! 평소 유물이나 미술작품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굉장히 흥미롭게 보았다.
‘페르낭 브로델’이라는 16C 지중해 전문 학자가 쓴 이 책은 뭐랄까.. 지중해를 관통하는 느낌이다. 응애하고 태어나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지중해서부터 다 커서 팍스로마나! 하고 외치다 점점 허리가 굽고 작아지는 지중해까지. 지중해의 역사를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샅샅히, 영화처럼 ―맨 마지막의 번역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파노라마처럼! ― 흘러가듯 설명해 놓은 책이었다.
맨 처음에 지중해의 지형기후적 특징을 말하는데 “우와”가 절로 나왔다. 마치 지금 듣고 있는 지구촌 수업의 심화버전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종종 어려운 어휘들이 나 잘 모르는 지형의 이름들이 나오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꽤 있었지만 다시한번 인간과 대지의 관계에서 대지의 중요성을 새삼 되새겼다.
(사실 책을 쭈-욱 읽으면서 계속 든 생각은 ‘아.. 난 참 상식이 부족한 인간이구나’ 였다. 처음엔 어려운 어휘들을 찾아가면서 읽었는데, 점점 그 양과 빈도가 늘어나자 포기했다.)
기억에 남는 이 책의 구성은,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데 있어서 특이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관련된 다른 책들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학교에서 배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길을 따라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이러이러하게 설명하다 저러저러한 의문점이 생기면 물음표로 질문을 던지고, 그리고 또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 또 문명과 문명, 이 섬과 저 섬, 이 지역과 저 지역 이렇게 그 주변의 자연, 사회적 환경들을 비교해가며 서술해 나가는 것도 재미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경기변동’에 있어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의 부침을 비교해 놓은 연표였다. 서로 영향을 받지 않을만한 지리적 거리가 충분히 있는 두 문명지의 부침곡선이 미묘하게 비슷하다는건 정말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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