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어떤 작위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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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한 번 쭈욱- 읽고 책을 덮었을 때, 나는 내가 읽은 것이 소설인지 수필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알 수 없는 물음표들만이 내 머리 위를 떠다니고 있었다. 소설 안에 등장하는 아무리 보아도 누가 보아도 주인공인 ‘나’라는 화자는 분명 작가인 정영문 그 자신이었으며 소설 속에서 자신이 이 글을 쓰는 이유가 욕망과 유희를 위해서라며 그 목적까지 밝히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작가 자신이 주인공인 소설. 샌프란시스코 표류기의 가깝다는 이 체류기는 그저 정영문 그의 일기를 읽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것은 소설인가 수필인가. 이 소설 안에 담긴 내용은 진실인가 허구인가. 골똘히 생각하던 나는 곧 그것이 정말 쓸데없는 고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들이 진실인지 허구인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소설이란 작가가 소설이라고 선언한 순간 독자들에게 그 안에 담겨있는 내용이 작가의 진짜 경험이든 꾸며낸 이야기든 그런 것을 판단할 권리를 빼앗는다. 이는 소설가가 가지고 있는 최대의 무기, 허구성이라는 강력한 무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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