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중심으로 역설적 언어의 체념적 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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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진달래꽃1)

①나 보기가 역겨워
②가실 때에는
③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④영변(寧邊)에 약산(藥山)
⑤진달래꽃
⑥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⑦가시는 걸음걸음
⑧놓인 그 꽃을
⑨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⑩나 보기가 역겨워
⑪가실 때에는
⑫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중 략>

다른 측면에서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인신공희의 제의적 특성이 드러나는 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진달래꽃의 밟힘이 암시하는 죽음의 이미지는 떠나는 임을 분노한 신으로 가정했을 때, 강렬한 종교적 의미를 환기하게 된다. 희생제의적 관점에서 희생이란 성난 자연에 대한 달램의 의식이다. 아즈텍인들은 희생제의를 통해서 자연을 유지하는 신의 역동성을 재생시킨다고 믿었는데, 자연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죽음을 통한 자연에의 참여를 제의적 구조로 형성한 것이다.5) <진달래꽃>에서 떠나는 임은 그 이유를 말해주지 않지만, 화자는 그것이 스스로의 역겨움 때문이라고 가정하고 있다. 역겨움이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일종의 죄의식의 구체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죄의식을 소멸하기 위해 진달래꽃을 뿌리는 세정의례를 통해 스스로를 제물 화 시키고 밟힘이라는 죽음의 의식을 통해서 신과 재결합하게 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해석은 감상의 다양성 속에서 얼마든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말해질 수 있는 것이지만, 신과의 화해, 혹은 기원이라는 초월적인 욕망은 자신의 한계를 긍정하고 타자성의 유입을 기대하는 마음을 통해 구체화 된다는 것은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기원이 언어적으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문학의 지향하는 바의 초월적 이상이 타자성의 실현이라는 구도 하에서 조명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능하게 한다. 처용은 아내를 빼앗기고도 체념하며 춤과 노래를 불렀는데, 오히려 그에게 역신을 퇴치할 수 있는 능력이 부여되었다. <진달래꽃>에서는 임을 고이 보내겠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임이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고, 강렬한 반어적 어법으로 임과의 이별을 부정하고 있다. 이러한 역설이 가능한 것은 한계 상황의 인식과 그것의 언어적 제시가 단순한 포기와 체념의 측면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체념과 한탄의 표현에는 문제를 극복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게 투사되어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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