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히 케스트너의 파비안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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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감정이 과잉되었는지 <파비안>을 다 보고 나서 심란했다. 무려 80년 전에 나온 이 소설을 보고 왜 그런 감정을 느꼈을까. 실제 일어난 일이 아닌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베를린의 사회상과 그 도시에서 견뎌내야 했던 파비안의 심정이 너무 애절하게 느껴져서 그런 것 같다.
사실 <파비안>의 시대 배경은 우리가 수업 때 배웠던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의 시대상을 찾기 쉬운 작품이다. 카피라이터인 파비안의 직업은 이 시기가 미디어에 의한 광고, 홍보를 중시했던 시기임을 보여주며, 여배우가 된 코르넬리아 모습 역시 영화 시장의 팽창을 보여준다. 또한 피셔에게 “인플레 때에 나는 어떤 주식회사에서 유가증권을 관리했습니다.”라고 말하는 파비안의 모습에선 내실 없던 황금의 20년대를 보여준다. 반면 결국 직장에서 해고가 된 후 계속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파비안의 모습에서는 대공황 이후 실업률이 증가했던 당시 독일의 모습을 보여준다. 국민 사회 당원과 공산당원간의 총격전은 경제적 위기와 사회 혼란을 틈타서 나치 세력이 나오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파비안>은 한 마디로 격동의 시기였던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의 전형적인 시대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중 략>

어쨌든 사회 속에서 지친 파비안에게 코르넬리아와의 이별과 라부데의 죽음은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코르넬리아의 편지를 읽고 난 후 파비안은 말한다. “나는 변하려고 했었어, 코르넬리아!” 그가 사랑하는 여자는 그를 다시 본의 아니게 저주받은 자유 속에 밀어 던졌다. 또한 파비안은 라부데의 시체 앞에서 이야기한다. “너의 행복을 빈다. 너는 선량한 인간이었고, 양심적인 남자였고, 나의 친구였지만, 네가 다른 무엇보다도 되고 싶었던 바로 그 인간은 아니었어. (중략) 한편에서는 가진 것을 유지하려고 하고, 또 한편에서는 없는 것을 정복해 가지려고 할 것이다. (중략) 지도자들 가운데는 자랑스러운 모토를 발견하고 자기 자신의 고함 소리에 스스로 도취하는, 시장에서 소리를 지르는 사람 같은 자들이 양쪽에 다 생겨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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