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러의 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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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는 말그대로 [도둑떼]를 가리키는 한자어이다. 제목을 보면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작품은 도둑들의 활약상을 희곡으로 담은 극작품이고, 실제로 공연도 했다고 한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실제의 그 공연이 어땠을까 자못 궁금하기도 할 정도로 감회가 많이 남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먼저 [군도]에서 나타난 고결한 성품의 소유자인 영주의 첫째아들인 칼 모어가 기고한 운명의 주사위놀음에 의해 인연에도 없는 도둑 떼의 우두머리가 된 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쌍둥이가 비록 똑같은 조건에서 태어났더라도 각자의 갈 길은 갈라지는 경우가 많듯이,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란 동물은 환경 조건에 분명 상당 부분 영향을 받는 존재인거 같다. 조선 3대 국왕인 태종의 첫째 아들인 양녕대군은 분명 대통을 이을 자격과 명분을 가지고 세상에 태어났지만 자유분방한 성격 탓에 대권을 포기하여 반항아 쯤 으로밖에 기록되지 않았다. 경우가 좀 상반되긴 하지만 칼 역시 '보수적 · 권위적' 과 같은 단어들과는 전혀 거리가 먼 인물이었기에 실세에 밝고 간악한 동생에게 뒤통수를 맞게 된 것이었다. 이처럼 사람은 각자 그 지위에 걸 맞는 사람이 되어야 순탄하게 살아갈 수 있었던 중세시대의 모순과 비합리를 일편으로 보여준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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