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릉과 주둔군』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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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이대’라는 작품으로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 하근찬. 그는 주로 전쟁으로 인한 민족적 수난을 표현한 작품을 많이 썼다. 이번에 읽게 된 ‘왕릉과 주둔군’도 기존의 그가 쓰던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마을에 들어온 주둔군은 다소 침략적인 외세를 의미하고 왕릉은 우리의 전통적 가치관이 집적된 소재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박첨지는 전통적 가치관에 지나치게 얽매이는 보수적인 사람이고 그의 딸 금례는 새로운 문명을 올바른 가치판단 없이 무분별하게 따르는 인물이다. 금례가 맹목적으로 서양문물을 따르게 된 결과는 그녀가 낳은 혼혈아로 드러난다. 특히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박첨지의 외손자가 왕릉에 기어 올라가고 그것을 보고 노하던 박첨지가 넘어진 채로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장면은 상당히 우스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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