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쇼몽 관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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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쇼몽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충격 그 자체였다. 1950년대에 만들어졌다고 보기에는 너무도 완벽한 화면 구도와 이야기 전개, 심리 스릴러라고도 일컫을 수 있을 만큼 섬세한 몰입도는 서양의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남편의 살인 사건을 이야기 속의 이야기로 집어넣은 것도 산뜻했고 죽은 남편을 대신해 무당이 혼을 불러내 남편의 뜻을 전달하는 것도 서양 문화권에서는 충격적이고 신선한 소재로 다가왔을 것이다. 특히 이 영화가 비단 역사학 입문 수업에서만 다룰 수 있는 소재가 아니라 정치, 문화, 인문학과 더 나아가 사회 전반에 걸쳐서 여러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본다. 사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선생님으로부터 이 영화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고 그 때도 수업시간에 다 같이 영화 관람을 했었다. 하지만 어린 마음에 무슨 내용인지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흑백으로 나오는 구시대적이고 촌스러운 영화라는 생각에 그쳐 많은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물론 그 생각은 지금은 남아있지 않다. 한 번 더 보았지만 그 이야기의 핵심을 혹시나 빠뜨리지 않았을까 혼자 다시 보았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 아름답고 시사적인 이야기를 다른 사람의 의견에 휘둘려서 왜곡된 시선으로 보는 게 두려워서 다른 이들의 이야기나 평론 등은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다. 순수하게 내가 본 것만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되짚어보고 싶었고 그런 일련의 기회가 이번 과제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에 굉장히 만족스럽다.
라쇼몽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 인간은 진실보다는 거짓에 가깝다는 철학적인 가르침일까? 혹은 객관적인 진실은 하나지만 주관적인 시선으로 보았을 땐 자기 본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인간의 한계를 알려주려 함일까? 물론 이 두 가지 모두 이 영화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지만 나는 그보다 더한 가정을 함으로써 라쇼몽을 해석해보려고 한다. 바로 ‘영화 속 스토리에서 일어난 남편의 죽음이 자살이냐 타살이냐는 중요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 본연의 자기중심적 이기심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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