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의숨겨진능력

목차

1.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산
2. 상대고르기
3. 첫날밤
4. 신랑 중에 진짜 신랑
5. 산아조절
6. 닮은꼴들의 탄생

본문내용

1.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산
꽃들에 있어 사랑의 결실이 열매이다. 열매는 탐스러운 것이 있는가 하면 아주 못생긴 것도 있는데, 열매 속에는 공통적으로 각자 부모의 유산들이 담겨져 있다. 열매 속에는 혼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부모의 수많은 자산들이 축소되어 들어있다. 열매의 특성을 정확히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각기 나름대로의 특색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열매는 당의 종류에 따라 단맛이 좌우되고, 산의 종류에 따라 신맛, 탄닌의 작용으로 떫은 맛이 난다. 또한 펙틴질의 상태에 따라 과육의 촉감이 달라진다. 과일의 색깔이나 모양, 또는 향기에 따라서 먹고 싶은 욕구가 다르다.
그런데 식물의 열매는 줄기의 형태와 어떤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진화되어 왔다. 키가 큰 식물일수록 그 열매는 단맛을 가지나 키가 작고, 줄기가 연약한 식물들은 단맛이 적다. 대부분 줄기가 약하거나 키가 작은 식물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열매 속에 당분을 저장하고, 전분을 많이 저장한다. 예를 들면, 줄기가 야한 보리, 감가, 벼, 밀 등의 종자를 생으로 먹어보면 맛이 거의 없다. 반면에 참외나 수박처럼 맛이 있으면서 지면에서 자랄 수 있는 것은 두꺼운 껍질에 의해서 보호될 수 있기 때문이다. 키가 큰 식물들은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기 때문에 열매 속에 맛있는 당분을 많이 저장하고 있어도 피해가 적다. 사과나무나 포도, 배나무 등은 키가 커서 과실에 당분이 많아도 남들이 귀찮게 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진화되어 온 것이라 여겨진다. 못생긴 것은 못생겼기 때문에 존재하고 잘 생긴 것은 존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키가 작고 못생긴 감자나 보리, 고구마는 예쁘고 먹음직스런 사과나 복숭아, 살구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만약 감자 속에 당분이 사과보다 많아서 아주 맛이 좋았더라면 땅 속에 살고 있는 굼벵이나 땅강아지, 많은 벌레들이 귀찮게 굴어 생명을 보존하지 못하고 이미 사라졌을 것이다. 못생긴 열매든 잘생긴 열매든 나름대로 세상에 태어난 목적이 분명히 있으며, 서로의 조화 속에 살아가고 있다.

참고 자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