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투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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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생활자는 실존적인 인물인가. ‘실존’에 대한 두 가지 정의를 통해 지하생활자의 실존 여부에 답해보겠다. 첫째, 현대 실존주의 철학 용어에서 ‘실존’이란 가능적 존재로서의 본질(essence)에 대응하는 것으로서, 인간의 주체적 존재를 의미한다. 여기서 ‘주체’라는 단어가 중요하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힘을 ‘주체적이다’라고 정의한다면, 분명 지하생활자의 수기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주체적이며 실존적인 등장인물이다. 다만 지하생활자는 자아 정체성이 지나치게 강하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사소한 것 하나를 결론이 날 때까지 물고 늘어지려 한다. 둘째, 지하생활자의 독백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은 주장을 펼 때 지나치게 방어적이라는 것이다. 혼자 묻고 대답할 뿐 아니라 타인이 어떤 식으로 반박할지 예측해 또 다시 논쟁의 화두를 던진다. 이는 자신의 말은 항상 옳다고 생각하며 누군가에게 비판받는 걸 스스로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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