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만식 치숙 독후감상문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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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금박으로 근사하게 장식된 두꺼운 책들이 책장에 꽂혀 있는데, 일곱 살 때까지 그 책은 내가 소꿉놀이를 할 적에 내 구역을 표시하는 데에 유용하게 쓰이곤 했다. 두툼하고 묵직하니 정확하게 반으로 펼쳐서 세웠을 때 잘 넘어지지 않아서 내 소꿉놀이 집의 튼튼한 벽 역할을 훌륭하게 해주었다.
너무 어렸을 적부터 있는 책이라 얼마 전까지도 별 관심이 없었다. 정말 '벽' 같이 원래 그렇게 가만히 있는 게 제 역할인 것처럼 보이던 책들이었다. 그러다 문득, 어느 날 갑자기 그것의 책등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까지 단 한 번도 그 책의 제목이 무엇인지, 무엇에 관한 책인지 궁금해한 적이 없었다.
누가 사놓은 것인지 가족 중에 읽는 사람도 없었고, 읽으라는 사람도 없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우리 집이 이사를 두 번 정도 하는 사이에 버려지거나 사라지지 않고 용케 따라온 게 신기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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