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麗中期의 文化意識과 史學의 性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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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이래 유기, 신집, 국사, 서기, 구삼국사기까지 모두 인멸되고, 오늘날에 와서는 고려중엽에 김부식이 찬한 삼국사기가 가장 오래된 사서로 남게 되었다. 삼국사기의 기사가 제1차적인 당대 사료의 성격을 상실하고, 제2차 제3차 자료의 성격을 가지게 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 와서 국내측 사료로서는 가장 오래된 것이고 가장 분량이 많은 것이라는 점에서 삼국시대의 역사를 이해하는 기본 사료가 된 것은 누구나 다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삼국사기는 후대사가들에 의해 사대사관의 표본이다, 전체적으로 불경, 소략하다, 위조라는 평을 들어왔다. 근자에 와서 고병익 교수가 삼국사기를 체재상으로 중국 정사류와 비교하고, 내용상으로 동국통감이나 동사강목과 비교하며, 삼국사기가 비난받던 것과 달리 여타 사서들 보다는 오히려 자주적이며, 사대적요소 역시 김부식의 사관이 아닌 원사료의 요소이며, 김부식은 그것을 편찬했을 따름이라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따라서 삼국사기를 바로 이해하기 위해서 삼국사기의 편찬 당시의 시대적 환경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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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초기의 역사인식의 성격을 이해하려면 먼저 이 시기의 사회가 어떤 방향에서 움직이고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 당대인들은 나말여초라는 대격동의 시기를 겪었고, 고려 건국 이후에도 왕위계승을 위한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겪었을 것이다. 이러한 격동기를 끝내고 안정이 찾아온 것을 대개 성종조라고 본다. 무분별한 수취에 대한 지방 호족들의 반란이 고대사회를 파괴하고 중세사회의 기반을 건설하는 제1보였다. 그러나 호족들에게서 고대적 수취제를 포기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태조는 언필칭 취민유도를 내세워 호족들의 수취를 제한하여 국가기반의 확대에 힘썼고, 호족들에게는 국가의 관작을 약속했다. 또한 이 시기에는 사회편제의 기초단위인 재래의 커다란 친족공동체가 분해되어 작은 것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신라시대에는 7세대까지를 하나의 친족집단으로 간주하던 고대 친족공동체가 성립되어있었으나, 고려 성종 연간에 이르러 5세대 동일 친족공동체의 제도를 확정하였던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변화는 당대인의 사회관을 자기 족벌 범위의 것으로가 아니라 그것을 초월한 보다 확대된 것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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