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과 은혜 (폴 투르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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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죄책감 덩어리이다. 아픈 이들이 수없이 많은데도 나는 건강하고, 불행한 사람이 부지기 수인데도 나는 행복하며, 돈이 없어 쩔쩔매는 사람도 많은데 내게는 돈이 있고, 하기 싫은 일의 부담에 눌려 한숨짓는 이들이 많은데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다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우리 일상 생활의 조미료’ 죄책감은 어디에서 오는걸까?
모든 가정교육은 죄책감을 철저하게 길러준다. 특히 자녀들의 도덕적인 훈련을 염려하고 그들이 성공한 인생을 살기를 간절히 원하는 부모들의 교육일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이런 교육에는 무엇보다 책망이 포함된다. “그런 짓을 하다니 창피하지도 않니?”
열성적인 부모들의 훌륭한 충고도 아이들을 무력하게 만든다. 그들은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올바른 행동방식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아이들 마음속에 자신이 부족하다는 열등감을 심어준다. 그 열등감은 곧 죄책감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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