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진 세상을 어떻게 통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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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서에 제목을 붙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번역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번역한 책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면서 제목을 정한다. 원저자의 의도를 잘 반영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판매가 잘 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고민할 것이다. 따라서 번역된 책의 제목에는 번역자의 고민이 오롯이 녹아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원제목인 'Conversations on History and Politics'을 ‘세상을 어떻게 통찰할 것인가’로 번역한 이유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역사와 정치에 대해서 나눈 대화들을 살펴보면 우리는 세상 돌아가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많은 이들이 정치는 우리와 거리가 먼 정치인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삶 그 자체가 사실 정치의 영역이다. 일상에서 우리가 선택하는 것은 모두 정치적 선택의 결과이다. 학교교육을 충실하게 받음에 따라 정치는 우리와 유리(遊離)된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이는 타당하지 않다. 전설(前說)한 것처럼 우리가 사는 그 자체가 이미 정치이다. 역사라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일상을 기록한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을 기록한 것이 바로 역사적 기록이 된다. 따라서 역사와 정치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우리 일상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펴보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역서(譯書)의 제목은 타당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역사와 정치에 관한 대화들을 살펴보면 세상을 읽는 법을 깨달을 수 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일상을 바라보면 내가 어디에 서있는가를 알게 되고 동시에 여기에 서있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번역된 책 제목은 저자 이름이 크게 적혀 있다. 하지만 나는 저자 이름보다 뒷부분을 더 크게 쓰면서 이 글을 시작했다. 팔려는 사람의 입장에서는-유명한 저자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워야-이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읽는 내 입장에서는 이름의 무게보다 제목이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그렇기에 이름보다는 뒷부분을 더 크게 쓰게 되었다. 책 제목에 대한 잡설(雜說)은 이쯤해서 접기로 하고 책을 다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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