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떠떠, 떠 정용준, 영철이 김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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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떠떠, 떠’의 ‘나’는 골칫거리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자신의 혀가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왜 말을 더듬어?’, ‘더듬지 말고 말해봐’라고 우리는 말할지 모르겠다. 그 사람이 되어보지 않고는 추측만 할 뿐, 온전히 알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나’에게 말이란 단지 머릿속에 있는 말을 혀로 바로바로 끄집어내는 일련의 작용이 아니다. ‘입술 사이에 암초처럼 걸려 빠져나오지 않는 커다랗고 단단한 단어들’을 혀를 튕겨 파열시키는 과정은 그에게 단순한 반자동적 노동이 아니다. 온 신경과 시간들이 ‘말을 하는 것’에 지배당해 흘러가는 것이다. ‘나’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다. 그저 말을 한다는 것 그 자체가 ‘나’에게는 얼마나 어려운 순간일지, ‘나’의 많은 순간들을 바꾸어놓았고, 또 그냥 흘러갔을 법한 과거의 순간들을 그토록 괴로운 기억들로 남겨두었는지.
‘나’는 열한 살 과거의 기억들을 반추한다. ‘나’는 ‘27’이라는 숫자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어쩌면 입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입술 사이에 머물던 말들이 완전히 들어가버린 것은 그 때가 아닌 듯싶다. 열한 살의 ‘나’가 책읽기를 하던 순간은 마치 일 분 일 초가 길고 긴 시간이 되었다. ‘나’가 간신히 기립을 유지하던 자신을 둘러싸고 보여지는 주위의 풍경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은 느린 정적의 연속처럼 흐른다. 그리고 그 순간 그 정적을 깨뜨렸던 한 여자아이는 마치 당연히 떠나야하는 사람처럼 교실을 떠나게 된다. ‘나’와 ‘여자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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