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손보미, 빛의 호위 조해진

목차

없음

본문내용

손보미의 소설 ‘폭우’에는 전혀 다른 지위를 가지고 있으나 비슷한 불행에 놓인 두 부부가 등장한다. 두 부부에게 찾아온 불행은 예고 없는 아주 우연한 것이었으며, 또 오해와 왜곡으로 인해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사소한 오해로부터 시작된 소통과 대화의 단절이 불러일으킨 큰 불행에 대하여. 불행에서 시작해 그 근원으로 되돌아가며 그것을 풀어나가는 추리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뒤죽박죽 섞여버린 서사는 우리가 소설을 읽으며 추론을 해가는 재미를 더 해준다.
장님 부부와 교수 부부가 각각의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결국에 그 이야기가 풀리려면 서로의 이야기가 맞물려야하는 구조로 소설은 진행된다. ‘폭우’라는 제목처럼 갑작스럽게 그들에게 쏟아진 불행 속에 놓인 그 두 부부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불행과 우연에 대해 생각해본다. 불시에 우연히 찾아온 불행처럼 불행은 우리 모두와 무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장님부부는 자신들의 불행에 대해 속수무책으로 무뎌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불행을 극복하지 못 하고 그 속에서 무력하게 대응할 뿐이다.
“그녀는 남편의 눈이 먼 것도, 그들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형편인 것도, 그리고 그 밖에 그들이 겪고 있는 불행의 모든 원인이 오로지 그들의 멍청함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며, 그것이 그들이 가지고 있고, 또 앞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인생의 한 부분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그녀는 이런 불행의 원인이 자기에게 있다고 생각했으며, 그 불행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은 시도하지 않는다.

참고 자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