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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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기억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모든 일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에게 중요한 일들은 머리 속에서 잊어버리지 않게 기억해 놓으려고 한다. 사진이라는 매체가 발명되기 전에는 그것들을 글로 혹은 그림으로 기록해 두었지만, 사진의 등장 이후에는 가장 기억하고 싶은 순간의 장면을 좀 더 있는 그대로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글 과 그림을 통한 기억의 재생은 아무래도 글을 쓰는 사람의 어휘 선택과 표현력으로 인해,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색의 사용이나 기법 등 다양한 주관적 요소가 가미 될 수 있으므로 사진 보다 기억을 온전히 재현하지 못한다. 그에 반해 사진은 카메라의 셔터를 누른 그 상황 그대로가 객관적인 한 장의 이미지로 남게 된다. 그리고 사진은 그 어떤 매개체 보다 우리의 기억을 하나의 이미지 즉 하나의 언어로 효과적으로 표현된다.

<중 략>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사진은 역설적으로 슬픈 한국 축구 역사를 말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홍명보 선수의 유난히도 깊게 주름진 얼굴이 마치 그것을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 동안 한국 축구는 아시아에서는 강국이었지만 세계 속에서는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다. 2002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은 월드컵 경기에서 한번도 승리하지 못했으며, 매 경기 마다 계란으로 바윗돌 치기 라고 할 만큼 늘 유럽, 남미 팀에게 맥 없이 3대0, 5대0의 점수로 패배하였다. 선수들은 늘 강팀을 맞아 머리가 다치는 등 눈이 찢어지는 등의 투혼을 불살랐지만 세계의 벽은 번번히 높았고 지역예선에서는 승승장구하던 선수들은 매번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그런 대한민국 축구가 그 이전의 월드컵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1승이 아닌 4강이라는 기적을 이루어낸 것이다. 우리나라가 더 이상 축구 변방국가로서 가진 설움을 떨치고 2002월드컵 만큼은 축구 강국으로 서게 되는 순간이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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