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데기의 초현실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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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은 형식에 있어서는 늘 상 그래 왔듯 새로움을 추구하는 그 청년적 기질을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소설은 서구에서 장르적 특성이 정립된 것인데 그 외피 안에 우리 고유의 것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실험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건 영락없는 한국 소설이구나, 장르적 보편성에 우리의 특수성을 완전하게 버무렸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한다.
특히, 책의 전개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현실과 초현실을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구성인데, 만약 바리에게 영매의 능력이 있지 않았다면 바리는 존재할 수 없는, 존재할 필요가 없는 캐릭터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초현실 세계는 바리의 고통과 문제들의 실마리를 푸는 열쇠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것은 제3세계의 보편적 특성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일견하면 남미 문학 특유의 마술적(환상적) 리얼리즘 형식을 차용하고 있는 듯 하기 때문이다. 이에 탈북자 문제를 다루면서 바리공주 설화를 환상기법으로 넘나든 점도 정치적 중압감을 덜어내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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