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성, 당신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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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은 어디에 있을까.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 ‘당신에 대하여’라는 ‘소설’에서 현재의 ‘나’와 같은 이들에게 말을 건내던 당신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지금’의 우리들은, 당신이 상상하던 그 독자들의 모습들 - 연극이나 영화나 텔레비전을 보지 않고, 음악 감상, 테니스, 조깅, 골목 산책을 하지 않고, 공부와 밀린 사무를 보지 않는 - 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우리들은 조그맣고 네모난 전자기기(영화, 텔레비전, 음악 감상 등을 대체하는, 심지어는 문학까지)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고, 학점의 노예가 되어 캠퍼스 생활에 붙잡혀 있고, 40층이 넘는 아파트들은 넘쳐나고, 이혼율과 자살률이 세계 1, 2위를 다투고, 온통 쾌락과 오락의 난장 속에 있는 처지라는 것을 먼저 말하고 싶다. 어쩌면 조금은 과장된 설명일 수도 있겠으나, 아마도 지금의 나는, 20년 전의 당신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니, 모르는 척 넘어가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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