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코와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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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의 아이들도 그랬듯, 1990년대에 초등학생 시절을 보낸 나는 태권도학원, 피아노학원, 미술학원, 속셈학원, 유도학원, 검도학원, 합기도학원 등을 번갈아가며 다녔다. 끈기 있게 배운 것은 태권도와 피아노가 전부지만, 그마저도 그렇게 대단한 실력을 갖지는 못했다. 운동신경도 없고, 머리도 좋지 않고, 음악과 미술에도 재능이 없었지만, 특히나 미술에는 젬병이었다. 하다못해 간단한 불조심 표어를 그리는 것도 해내지 못했다. 글자 안을 꼼꼼히 색칠하는 것은 정말 어렵게 느껴졌다. 참을성이 없고 성격이 급한 까닭에 붓이 선을 넘어버리면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식으로 마구 칠해버리고 말았다. 나도 미술에 관심이 없고, 미술 역시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것 같았다.

전시회나 미술관을 찾는 일도 드물었다. 숙제를 해야 하거나, 주위 친구들의 권유로 찾아가는 경우가 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 친구를 만나기 위해 도쿄의 갔을 때 의미 있는 경험을 했다. 여자 친구가 할 일이 있어서 나 혼자 우에노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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