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비평문) - 그때 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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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장은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암살직후 그는 육군본부가 아닌 남산으로 바로 향했어야 했다. 자신의 소굴인 중앙정보부에 가서 다음 계획을 모략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른바 운명의 U턴, 즉 남산을 향하던 중에 차를 돌려 육군본부를 가는 큰 오류를 범했고, 그 결과는 당연히 모두의 예상대로였다. 만약 그가 차를 돌리지 않았다면 역사는 또 어떻게 바뀌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더불어 이 위험한 영화 또한 등장하지 않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제작되었을 것이다.

‘그때 그 사람들’은 소재만큼이나, 개봉 당시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고인을 모독한다는 죄명으로, 앞뒤 다큐멘터리가 삭제되는 불운을 격었으며, 여러 여파로 영화는 묻혀 졌다. 워낙 답이 없는 한국영화계의 폐해인지라 그에 대한 설명은 여기서 줄인다. 하지만 여기서 궁금증이 하나 생기는데, 현 정권에서 이 영화가 제작되었다면 과연 개봉할 수 있었을까? 물론 그 당시 이 영화의 재판 중에도, 그 분은 아무 말 없었지만 말이다.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하나같이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그것은 바로 결말을 관객 모두가 알고 있다는 것이다. 즉 이런 영화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관객이 결말을 잊게 만들고 영화에 빠져들 수 있도록 하는 뛰어난 연출력과 장르선택이다. 암살을 소재로 한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를 떠올려보자. 케네디 대통령 암살을 소재로 다룬 ‘JFK’는 실화에 픽션을 가장하여 그럴듯한 음모론을 펼치고 있으며, 히틀러 암살 작전을 옮긴 ‘발키리’는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하는 연출력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자 그럼 여기서 ‘그때 그 사람들’을 보자. 이 영화에서 긴장이나 스릴은 전혀 들어있지 않다. 단지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은, 제목 그대로 그때 그 사람들의 이야기 즉, 10.26사건 당시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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