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 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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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령의 직책 54조 중에서 전정이 가장 어려운 것인데, 그것은 우리나라의 양전법이 본래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 중국에서는 경묘를 가지고 전지를 헤아리고 우리나라에서는 결부를 가지고 전지를 헤아린다. 길고 짧고 넓고 좁은 토지의 형체는 나타나지만, 비옥하고 척박하고 기름지고 메마른 토지의 질은 나타나지 않는다. 형체는 고금을 통하여 변하지 않으나, 토질은 세월에 따라 달라지니, 결부로 전지를 헤아리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고려말에 비로서 3등척을 제정하여 전지를 측량하였고, 조선초기에 3등척을 제정하여 그 차등이 더욱 많았으나 비옥하고 척박함의 5등급을 토지 장부에 기재했을 뿐, 5등급의 전지가 그 실제넓이는 모두 같았던 것이다. 세종 말년에 6등척으로 고쳐 제정하고 전제상정소를 설치하여 전법을 크게 고쳤지만, 넓이를 계산하는 벙법은 지금과 같지 않았다. 그리고 효종때에 와서 각도의 전지를 다시 측향하고 나서 비로서 준수책을 반포하였다. 이에 1등 1백 부, 2등 8부, 3등 70부, 4등 55부, 5등 40부, 6등 25부의 차이가 결국 철칙이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법은 옛날에도 등거삼을 만한 것이 없었다. 오늘날의 등급에 따라 더해가는 법은 비록 옛날의 계산을 잘하고 눈이 밝은 자가 살핀다고 하더라도 그 넓이를 밝힐 수 없을 것인데, 오늘날 수령이 어찌 그 농간을 적발할 수 있겠는가?

◉ 현행 전산법에는 방전·직전·구전·제전·규전·사전·요고전 등의 이름이 있는데 타량하는 법식이 사법이기 때문에 다른 모양의 토지에 통용할 수 없는 것이다.
- 열거한 일곱 가지 모양의 토지를 타량하는 법식이 모두 이미 죽은 법이란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바이다. 그 알기 쉬운 것은 그림으로 그리고 설명도 붙여서 어리석은 백성들에게 보이나, 그 알기 어려운 곳에 이르러 기술이 다하고 말이 막히어 실시할만한 방법이 없으면, '모두 이 법으로 미루어 측량할 것이다.'하니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이는 말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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