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아 쿠오바디스 제1장 발제문

소개글

김기봉 교수님 저술 히스토리아 쿠오바디스 발제문입니다.

목차

1.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넘어서
2. 탈근대 역사 개념
3. 스토리텔링으로서 역사

본문내용

1.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넘어서
과거는 사라졌지만 존재했던 실제 세계다. 이에 비해 계속해서 다시 써지는 역사는 창작된 서사다. 역사란 과거에 일어난 모든 사실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 가운데 현재의 우리가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것들만을 이야기로 구성해서 쓴 것이다. 그래서 역사를 쓸 때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과거의 무수한 사건과 현상가운데 무엇을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는 역사적 사실로 기록하느냐다. 그러한 가치 판단의 능력을 키우는 결정적 요인의 역사의식이다. 대개 인간이 가장 초보적인 수준에서 역사의식을 형성하는 시점은, 오늘이 어제의 연속이고 내일로 이어짐으로써 내 인생이 전개된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다.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결국 역사가 역사를 연구하고 서술할 때 선험적으로 갖고 있는 형상, 곧 플라톤이 이데아idea라고 부른 것에 관해 묻는 질문이다. 예컨대 한 점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점들의 집합으로서 원이라는 형상은 실제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원에 대한 개념 정의를 가능케 하는 관념이다. 마찬가지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란 없고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개개의 역사적 사실들이지만, 그것들을 역사로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역사란 무엇인가”를 선험적으로 규정하는 범주로서의 역사개념이라고 이 책에서는 얘기한다.
역사가란 기본적으로 역사를 아는 사람이다. 역사를 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역사개념을 갖고 있어야 한다. 개념으로서 역사란 과거를 역사로 인식하는 것을 선험적으로 규정하는 역사서술 너머의 역사, 곧 메타역사(meta-history)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역사가는 자신의 역사인식을 결정하는 메타역사에 대한 성찰 없이 역사를 연구하고 쓰는 경향이 있다. 특히 과거에 있는 사실 그대로를 역사로 기술할 수 있다고 믿는 실증사학자들에게 메타역사에 대한 성찰은 불필요한 것으로 여겨졌다.

참고 자료

김현식, 포스트모던 시대의 ‘역사란 무엇인가’ :E. H. 카와 역사의 벗에게 띄우는 15통의 편지, 휴머니스트, 2006
허승일, 다시, 역사란 무엇인가?,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09
조지형, E. H. 카가 들려주는 역사이야기, 자음과 모음, 2008
E. H. 카, 김택현 옮김, 역사란 무엇인가, 까치, 1997, 275쪽
R. W. 데이비스가 쓴 E. H. 카의 자료철에서 역사란 무엇인가 제2판을 위한 노트
전진성,역사가 기억을 말하다, 휴머니스트, 2005, 4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