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사건, 페미니즘을 반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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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사건에서 벌어진 불운의 사태에 있어 매우 핵심적인 키워드는 ‘여성이라서 죽었다’이다. 이 간명한 슬로건은 젠더 폭력이 갖고 있는 위험성을 분명하게 드러내주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밀한 각도에서 그러한 슬로건이 수용될 수 있는지는 매우 회의적이다. ‘단지’ 여성이라서 죽었다는 논리 속에서, 희생자와 그 가족들의 문제는 괄호 처리되어 버리고 여러 가지 상황적 맥락은 심연 아래로 사라져버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강남역 사건은 매우 특이한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강남역 사건에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피해자는 사라졌고, 페미니스트를 자임하는 자들의 ‘거친 언행’만이 언론과 네티즌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즉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자임하는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가 생각하고 있는 [환원적] 대의명분 속에 자기를 혼입시켰다.
내가 보기에 이런 문제는 근본적으로 그들이 구사하고 있는 ‘환원주의적 수사법’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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