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신상 공개 반대 입장 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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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역할은 범죄를 예방하고 또 범죄자들을 교화하는 것이다. 교도소에 일정 기간 범죄자를 집어넣어 형무 기간을 채우게 하는 것도 이런 교화 과정의 일종이다. 가장 중요한 목적은 범죄를 저질렀던 사람이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게 교육시키고 교화시키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범죄자의 신상 공개는 이런 교화의 목적과 맞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신상이 밝혀진 범죄자가, 그것도 성범죄자가 출소 후에 제대로 된 인생을 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성범죄 전과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그 범죄자에 대한 교화를 포기하는 것과 똑같다. 계속해서 범죄자로, 낙오자로 살라고 국가에서 권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국가에서 교화의 의무를 제대로 다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결코 아니다. 이것은 기본적인 기회의 문제고 인권의 문제이고 또 국가의 역할의 문제이다. 아무리 지독한 성범죄를 저질렀더라도 형기를 채우고 나왔다면, 법과 판결로 정해진 형벌을 모두 채우고 나왔다면 국가는 이들에게 교화와 재기의 기회를 제공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성범죄자의 신상 공개는 이러한 의무를 저버리는 무책임한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여기에 더 나아가서 교화와 재시작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전과가 있는 범죄자들은 다시 범죄의 늪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범죄를 저질렀던 사람들이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게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범죄를 원천적으로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범죄를 저질렀던 사람이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살아가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한다면 사회적 삶이 말살된 전과자들은 다시 범죄의 늪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다시 성범죄 피해자가 등장할 것이요, 더 나아가서 더 악독한 범죄의 피해자가 다수 등장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성범죄 전과자들이 다시 죄를 뉘우치고 교화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 이들을 절벽 끝으로 밀어 넣는 것이 아니다. 신상 공개로 인해 절벽 끝으로 몰린 성범죄 전과자들은 다시 범죄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 범죄 분야 외에는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시선이 팽배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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