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다니엘 블레이크 소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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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투에 담긴 70만원 짜리 존엄
벌써 3년이나 지난 일이다. 송파구의 박 모 씨와 두 딸이 생활고 끝에 자살했다. 그들의 죽음 앞에 남겨진 것은 70만원이 든 봉투와 죄송하다는 유서였다. 누구보다 알뜰하고, 열심히 살았던 그들의 삶은 허름한 가계부에 담긴 내용들이 증명하고 있었다. 그들이 남기고 간 봉투에 고스란히 담긴 마지막 공과금과 전세금 70만원은 어쩌면 그들의 존엄이었다. 70만원의 돈으로 며칠을 더 살기보다 그 돈을 남긴 채로도 죄송한 마음을 유서로 남기고 죽음을 택하는 사람의 마음. 그 사건은 나에게 사람이 삶과 죽음을 택하는, 빈곤의 한 가면이지 않을까 생각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라는 영화를 보면서, 연금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리던 심사관 앤 씨에게 ‘사람이 자존심을 버리면 이미 죽은 거요’하고 말하는 다니엘 블레이크 씨를 보면서 나는 그 때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세 사람의 목숨을, 존엄을 어떻게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그러나 누군가는 삶의 끝에 몰려 자신의 물리적 생존과 존엄의 무게를 가늠한다. 그들의 70만원은 단순한 70만원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돈을 세상에 남긴 채 떠나갔다. 마치 이 세상은 자신들의 고통을 외면했지만, 그런 세상에 어떤 짐도 지어주지 않겠다는 듯 말이다. 이런 환경에 처한, 많은 현대인들이 느끼는 새로운 사회적 위험은 ‘존엄의 위협’이나 ‘존엄의 부재’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사회보장과 사회복지는 개인이 책임지기 어려운 사회적이 위험에 대해 사회가 대신 책임져주어야 한다는 일종의 당위성과 그를 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사회적인 위기의식을 담고 있다. 그러나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사회적 위험이 복잡하고 다양해져가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이 실제로 생존을 결정하게 만드는 게 절대적 빈곤만의 문제인가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사회복지와 사회보장 내에서 이러한 개인의 존엄의 의미를 녹여내고, 방법적으로 옳은 제도를 선택하고 있는지는 아직까지도 논의가 많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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