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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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채식을 시작하고부터 그녀는 특별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그녀와 결혼한 것은 그녀가 특별한 매력이 없는 평범한 여자였기 때문이다. 무난한 성격이라 그녀를 잡기 위해 무엇인가 하지 않아도 되었고 내 약점들이 그녀에게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과분한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가장 평범한 여자로 보이는 아내와 결혼한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내 기대처럼 평범한 아내로서 역할을 잘 해냈고 아르바이트로 가계에 보탬이 되기도 했다.
아내는 말수가 적은 편이었다. 내게 요구하는 것도 없었고 내가 아무리 늦게 들어가도 상관하지 않았다. 휴일에도 함께 외출하자고 조르지도 않았고 휴일 하루 종일 소파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뒹굴어도 잔소리 대신 자신의 방에 들어박혀 있었다.
그런 아내가 재미는 없었지만 나는 그것을 감사히 여겼다. 다만 한 가지 아내가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했던 점은 브래지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 정도였다. 결혼 전 아내의 등 뒤에서 브래지어 끈이 없다는 것을 알고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리고 아내는 결혼하고 나서는 브래지어를 거의 하고 다니지 않았다. 여름에 티가 나더라도 하지 않았다. 답답해서 가슴을 조여서 견딜 수 없다고 했다. 그런 아내를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다른 여자들이 그녀만큼 브래지어를 싫어하는 것 같아 의아함은 있었다.
그거 이외에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결혼 5년차 지난해 가을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아이를 미뤄 왔으니 이제 슬슬 아이를 가질 때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정도가 다였다.
어느 2월 새벽 아내가 잠옷 바람으로 부엌에 서 있는 것을 발견할 때까지는 그랬다.
새벽 4시 아내는 꼼짝 않고 서서 냉장고를 노려보고 있었다. 며칠째 십도 안팎의 추위가 게속 되던 때 부엌은 서늘했다. 나는 뭔가 섬뜩한 기분이 들어 몽유병인가? 하는 의심을 품고 석상처럼 굳어있는 아내 곁으로 다가갔다.
꿈을 꿨어. 그리고 아내는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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