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소설 - 보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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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다.
거짓말이 아니다. 진짜로 죽었다. 수명이 다 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사고를 당해서 죽은 것도 아니다. 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사람들이 흔히들 말하고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방식으로 말이다.
투신자살. 스스로 높은 곳에서 떨어져 죽는 것. 높은 곳에서 떨어진다는 공포와 삶에 미련이 없을 때 높은 곳만 있으면 가능한 손쉬운 방법이다.
삶에 미련 따위는 없었다. 왜냐하면 미련 붙을 만한 것 따위는 없었기 때문이다. 친족은 부모님 뿐 이었는데 그들은 아내가 딸을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동차 사고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내 죽음을 추모해줄 친구가 없다. 항상 성공, 출세라는 족쇄에 붙들려서 공부만을 친구로 삼았기 때문이다. 출세를 위해서, 잘 살기 위해서 했던 빌어먹을 공부 삼매경의 결과는 조금 유명한 대학교 입학과 졸업 후, 백수가 된 나였다. 왜 대학을 갔음에도 이렇게 되었는가. 그건 회사 면접에서 항상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살기 위해 택배 상하차 일을 시작했고 그러다가 물류를 분류하는 여자와 사귀게 되었다. 이 여자가 바로 내 아내다. 우리는 서로 마음이 잘 맞고, 기댈 수 있다고 확신하고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사귄 지 1년 후, 그와 결혼하겠다는 내 말에 부모님은 막일하는 여자와 결혼할 거냐고 반대하셨다. 뭐, 나도 막일을 하는데 반대하신 부모님이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더욱 강하게 주장했고, 그들과 아내를 만나게 했다. 이 만남을 계기로 부모님은 사람이 참 됐다고 하시며 우리의 결혼을 허락해주셨다. 그리고 우리는 결혼을 했다. 이상을 품고, 미래는 희망적일 거라고 이야기하며.
허나 현실은 잔혹했다. 앞서 얘기했다시피 부모님께서 세상을 떠나셨을 뿐만 아니라 끝없는 가난에 우리는 딸의 양육비와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택배 맞벌이로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그런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는지 점점 더 가난해져 하루하루를 가난하게 살아왔다. 여기까지는 견딜 만 했다. 같이 고생하는 아내와 점점 커가는 딸은 날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오늘 새벽, 그 원동력 중 하나인 아내가 나에게 화를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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