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오이시구로 <나를보내지마> 총7쪽★페이지순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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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나한테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있나요?”복제 인간을 소재로 인간의 존엄성을 진지하게 성찰한 소설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전 세계 37개국에서 번역되고 영화로 개봉되는 등 영미권 문학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표작. 1990년대 후반 영국, 외부와의 접촉이 일절 단절된 기숙 학교 ‘헤일셤’을 졸업한 후 간병사로 일하는 캐시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복제되어 온 클론들의 사랑과 성, 슬픈 운명을 그린다.
여느 시골 학교와도 같이 평온해 보이지만 외부와의 접촉이 일절 차단된 '헤일셤'. 어느 날 루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그들의 운명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들이 인간의 장기 이식을 위해 복제되어 온 존재라는 것이다. 선생님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아이들은 자신들의 존재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데…….
자신이 장기 기증을 위해 만들어진 존재라는 사실을 안다면 마음이 어떨까? 이 소설은 영화 『아일랜드』에서 보았을 법한 인간 복제와 복제 인간의 존엄성의 윤리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나를 보내지 마』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온전한 생명체이지만 인간의 욕망을 위해 자신의 희생을 전제로 살아가는 복제 인간의 삶을 통해 생명의 존엄성에 의문을 던진다. 저자는 복제 인간들에게도 삶은 단 한 번뿐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과학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데 대한 성찰을 이 작품에 담고 있다. 작가의 세련된 문체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인간의 존엄성과 현대사회, 과학기술의 성취에 대한 반성의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목차
없음본문내용
내가 그 테이프를 그렇게 특별하게 여긴 것은 거기에 수록된 노래 때문이었다.셋째 트랙에 담긴 그 노래의 제목은 ‘네머 렛 미 고’였다. 그 곡은 심야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느긋한 가락에 가사가 영어로 되어 있었고, 주디가 “네버 렛 미고... 오, 베이비, 베이비... 네버 렛 미고...”라고 노래하는 후렴구가 있었다.
당시 열한 살이었던 나는 음악을 그리 많이 들어보진 않았지만 그 노래가 정말이지 마음에 들었다. 나는 기회가 올 때마다 기다리지 않고 그 노래를 들을 수 있게 시작 지점에 정확히 테이프를 되감아 놓곤 했다. p104
너희는 사태가 어떻게 될 건지 듣긴 했지만, 아무도 진짜 분명하게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감히 말하건대 사태가 이런식으로 흘러가는 데 무척 만족하는 이들도 있지.
하지만 난 그렇지 않아. 너희가 앞으로 삶을 제대로 살아 내려면, 당연히 필요한 사항을 알고 있어야 해. 너희 중 아무도 미국에 갈 수 없고, 너희 중 아무도 영화배우가 될 수 없다. 또 일전에 누군가가 슈퍼마켓에서 일하겠다고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너희 중 아무도 그럴 수 없어. 너희 삶은 이미 정해져 있단다.
성인이 되면, 심지어는 중년이 되기 전에 장기 기증을 시작하게 된다.
그거야말로 너희 각자가 태어난 이유지. 너희는 비디오에 나오는 배우들과 같은 인간이 아니야. 나랑도 다른 존재들이다. 너희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고,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미래가 정해져 있지.
그러니까 더 이상 그런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 너희는 얼마 안 있어 헤일셤을 떠나야 하고, 머지않아 첫 기증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해. 그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너희가 앞으로 삶을 제대로 살아 내려면, 너희 자신이 누구인지 각자 앞에 어떤 삶이 놓여 있는지 알아야 한다.“
<중략>
도버의 회복 센터에서 이 이야기가 나왔을 때 루스는 당시 루시 선생님이 우리에게 한 이야기가 그것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기증을 시작하기 전에 우리 모두가 얼마간 간병사 일을 하게 된다는 것, 일반적인 기증 간격, 회복 센터 등에 대해 설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때 루시 선생님은 그런 이야기까지는 하지 않았다고 나는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