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죽음의 공간에서 삶이 공간으로

목차

1. 전통적 공동묘지, 북망산과 선산
2. 근대적 공동묘지의 시작, 묘지규칙
3. 조선인들의 모범 공동묘지, 이태원
4. 현생에서도, 황천에서도 주택난
5. 일본인을 위한 삶의 공간, 남산문화주택지
6. 공동묘지의 공원화, 망우리 공원묘지
7. 죽음의 공간에서 삶·휴식의 공간으로

참고자료

본문내용

근대화 이전, 조선에서는 조상의 묘지를 어디에, 어떻게 매장해야 한다는 국가적 규범이 없었다. 대신 풍수지리와 유교에서 나온 조상숭배에 대한 관습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어디에 조상의 묘를 쓰는가에 따라 후손들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믿어 좋은 묫자리를 찾는 전문가가 등장하고, 묘를 관리하는 묘지기를 따로 두었다. 이렇게 묘지를 구입하고 관리하는데 거액의 돈을 아끼지 않고 투자하는 경우도 빈번했으며 매해 여러 번에 걸쳐 조상을 기리는 제사를 지내고 묘지가 침범 당했을 때에는 격렬한 분쟁이 발생했다. 한 집안에서 좋은 묘지를 마련하여 집안 대대로 묘지로 사용하기도 했는데 이를 ‘선산’이라 한다. 지배층인 양반들의 경우에만 이렇게 가족 단위 공동묘지인 ‘선산’을 이용하는 것이 경제적·사회적으로 가능했다. 평민들은 마을에서 지정된 ‘북망산’에 조상을 묻었고 묘비도 거의 세우지 못했다. 이렇듯 선산이나 북망산 등 근대화 이전에는 공동으로 사용한 묘지들은 눈에 쉽게 띄는 마을 주변에 산재해있었다. 이는 서울뿐 만아니라 전국의 마을이 비슷한 상황이었고, 당시 서울의 조그만 마을이었던 이태원도 다르지 않았다. 근대화 이전 각 마을의 북망산, 한 집안의 선산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서울에 대한 기록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일제감정기 이전 한국을 방문했던 서양인들에게 마을 주변에 묘비도 없이 불규칙적으로 산재해있는 묘지의 모습이 신기했던 모양이다. “서울 주변에 있는 벌거숭이산에는 가난한 사람들의 무덤이 많이 있어 마치 심하게 얽은 사람의 얼굴과 같다”, 혹은 “야산에는 무덤이 가득하다” 등과 같이 묘사해놓은 것을 꽤나 찾아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좋은 묘자리를 찾기 위해 많은 것을 투자하고 묘지를 둘러싼 많은 소송이 오간다는 것 등 조선인들의 유별한 조상숭배에 대한 것들도 이야기하고 있다. 서양인들에게 이런 조선인들의 태도는 매우 비합리적인 것이자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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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933.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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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사박물관, 《이태원 공간과 삶》, 서울역사박물관, 2010, 38쪽을 바탕으로 자체 제작. (1915년~1925년은 경성부(1927), 《경성도시계획자료조사서》, 1928년~1933년은 서울특별시(1993), 《서울통계자료집:일제감정기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