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기 말소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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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8월 10일 베를린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손기정과 남승룡이 각각 1위와 3위를 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결승선 통과 후 만세도 하지 않았고 환호도 부르지 않았다.
식민지였던 현실에서 손기정과 남승룡은 일본 국적으로 출전해야만 했고, 시상식에서도 가슴에 일장기를 달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기정은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한국인이라고 밝혔고, 시상식에서도 가슴의 일장기를 1위에게 주어진 월계수로 가렸다. 그리고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스타디움에서 흘러나오자 시상대에 선 손기정과 남승룡은 고개를 더욱 숙였다. 두 사람의 표정은 기쁨이 아닌 슬픔으로 숙연해졌다. 나라를 잃고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으로서 시상대에 올라야하는 가슴 아픈 사연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의 민간지 <동아일보>, <조선일보>, <조선중앙일보>는 연일 대대적으로 손기정 우승을 보도하였다. 그런데 <조선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월계관을 쓴 손기정 사진을 입수하여 각기 8월 13일자에 게재하면서 손기정 유니폼 가슴에 그려져 있는 일장기를 지워서 실었는데, 이때까지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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