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에 나타나는 일상과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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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실제로 일상의 순간을 영위하는 주체는 몸이다. 어떠한 행위 하나하나를 구현해내는 것은 몸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의 일상이나 그들의 일상 속의 욕망이 현대인들과는 어떻게 다르고 같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그 일상과 그 안의 욕망의 주체가 되는 몸을 통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판소리는 조선 후기에 등장한 대표적인 신흥 예술의 하나이다. 조선후기, 특히 영,정조의 문예 부흥기에 새롭게 생성된 문예양식들은 기존의 사회 지배 담론에서 벗어난 새로운 내용과 형식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 많다. 판소리는 서민의식의 반영과 시실적인 표현, 그리고 희극미의 구현을 통해 서민예술의 정화로 꼽힌다. 또한 판소리는 실제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나 사실적인 표현로 기존에 존재하던 관념적인 성리학적 표현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판소리가 일상의 모습을 묘사하고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고 실제에 대한 높은 관심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일상과 함께 그 일상을 영위하는 몸을 구현해내는 모습을 판소리에서 확인해 볼 수 있게 한다.
방자 분부 듣고 나구청으로 들어가, 서산나귀 솔질하야 갖은 안장을 짓는다. 홍영, 자공, 산호편, 옥안, 금천, 황금륵, 청홍사 고운 굴레, 상모 물려 덥벅 달아, 앞뒤 걸쳐 질끈 매야, 칭칭 다래, 은엽 등자, 호피돋움으 태가 난다. 모탄자 걸쳐 덮고 채질을 툭 쳐 돌려세워, “말 대령허였소.”
-조상현 창본 춘향가
위의 묘사는 춘향가에서 이 도령이 탄 나귀에 대한 묘사로 일상과 실제를 묘사한다는 판소리의 모습을 잘 보여 줄 수 있는 예시가 된다. 위의 구절은 나귀 장식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어 설명한 것이다. 이는 당대 판소리 향유층이 주변의 사물과 실제적인 것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증거이다. 판소리는 임금에서 하층민에 이르는 다양한 향유층을 가지고 있던 예술이었음을 생각해 본다면, 일상과 물질에 대한 묘사는 판소리가 향유되던 당시의 시대 분위기가 관념에서 탈피하여 실제와 일상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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