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뒤비, 필립 아리에스의 『사생활의 역사』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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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부모님께서 사주신 전집들 중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위인전과 세계사, 그리고 한국사였다. 컴퓨터도 텔레비전도 그리 발달하지 못한 시절이라 책은 내 일과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고 아이들이 읽기 쉽게 그림을 곁든 역사책들과 위인전을 읽는 것은 꽤 즐거웠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문제는 이 책들이 역사를 제시한 방법에 있었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어서 그랬는지, 역사책도 위인전도 사건의 인과관계를 뚜렷이 밝히려 하기보다는 유명한 사건들 위주로 드문 드문 에피소드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도 나는 빽빽한 연표 위의 사건들을 외우는데 급급했을 뿐 그것이 왜, 어떤 가치관이나 사고 방식을 토대로 발생했는지는 기계적인 대답 외에는 안중에 없었다. 물론 수능 준비로 가뜩이나 포화상태에 이르는 머릿속에 그걸 받아들일 여유도 되지 않았기 도 했지만. 그래서인지 내 기억 속에서 역사는, 한동안 어떠한 흐름이라기보다는 지극히 단편적이고 편향적인 사건들을 나열하는 부류의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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