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논어와 선
- 최초 등록일
- 2003.10.26
- 최종 저작일
- 20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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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들어가는 글
2. 논어를 논어로, 동양 사상을 동양의 사고 방식으로 읽는다는 것.
3. 콜럼버스의 달걀 세우기-언어라는 한계를 벗어난 동양 철학
본문내용
나는 지금 한국인으로서 한국 땅에 살고 있다. 즉 이른바 '동양'에 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나를 정말로 동양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입는 옷이나 주거 양식부터 사고 방식과 사회 제도에 이르기까지, 서양 국가들의 그것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이제는 따라한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완전히 같아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현상은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라 서구 제국주의 국가의 침략을 받은 동양 국가 거의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다. 따라서 동양인들에게 전통을 되살리는 일이 중요해졌음은 당연하다. 그것은 전통이 자기 정체성 확립의 뿌리이며, 게다가 동양의 전통 중에서는 지금도 유용한 가치를 지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유교, 불교, 도교 등은 모든 사고 체계의 기초를 이루는 철학이라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그래서일까? 학교 교육 과정이나 서점의 인문 서적 코너를 보면 항상 동양 철학을 다루는 책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그다지 영향력이 없어 보인다. 세계 전체가 합리주의·과학주의에 근거한 서양 체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지금, 이는 당연해 보인다. 게다가 무한 경쟁을 표방하는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는 상황은, 효율성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동양 철학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양 철학을 다루는 입장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동양 철학이 내포하고 있는 합리성 혹은 실용성을 현대에 맞게 되살리는 것이다. 이것은 거칠게 말해서 동양 철학을 서양의 사고 방식으로 풀어내는 걸로 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서양 철학과 대비해 동양 철학만이 지닌 특성을 철저하게 밀고 나가는 것으로서, 동양의 사고 방식에서 동양 철학을 풀어내는 것이다. 이 입장은 기본적으로 현대가 지닌 문제점은 서구의 사고 방식으로 풀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둘 다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겠지만 지금의 우리에겐 후자의 방식이 더 급한 듯 하다. 전자는 결국 우리가 서양 철학에만 의존하면서 서양 사회가 처한-사실상 전 세계가 처한-문제점들을 그대로 답습하게 되는 꼴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즉 합리성의 강조가 불러온 환경 파괴, 인간 소외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 또 우리의 뿌리를 찾기 위해서라도 동양 철학을 동양의 사고 방식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토 다이가·야마다 구니오가 쓴 '논어와 禪'(이하 '논어와 선')은 동양 사상의 뿌리 중 하나인 유교의 최고 경전 <논어>를 선의 입장에서 풀어낸 책이다. 따라서 이 책은 서양 철학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동양 철학만의 특성을 알기에 더 없이 좋다. 지금 쓰는 이 글은 비로소 동양 고유의 사고 방식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한 동양인의 부끄러운 고백일지도 모른다.
참고 자료
논어(박정수 편, 청목사)
철학과 굴뚝 청소부(이진경, 그린비)
현대철학산책(황인권, 백산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