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질
- 최초 등록일
- 2021.04.23
- 최종 저작일
- 20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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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바질"에 대한 내용입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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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1]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올라탔던 버스가 그 곳을 지날 줄은 정말로 몰랐다. 창문을 통해 그 곳을 우연히 보게 됐을 때, 그는 버스 기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 신호 대기 중이던 버스에서 내렸다. 하마터면 잠깐 사이에 지나칠 뻔도 했지만 그는 운 좋게 그 곳에 내렸다.
둘이 아닌 혼자 선 광화문 사거리. 연예 초창기에 뻔질나게 오던 곳이라 새로울 것도 없는 풍경이지만, 그 곳은 그녀와 함께 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듯한 느낌이 들던 곳이었다. 그러나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그는 마치 한 시절이 지나간듯한 아련한 기분을 느끼고 서있었다.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이젠 곁에 없는 그녀에게 아직 못 다한 말들이 이리도 많은데. 그의 마른입에선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그의 기분이 아득함을 지나 복잡 미묘함으로 옮겨갈 때 쯤, 그는 담배 한 개비를 꺼내서 더 이상 타들어갈 꽁초도 남지 않을 때까지 오랫동안 폐에 연기를 쑤셔 넣었다. 그러자 마음이 조금 진정되면서 미처 보이지 않던 새로운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더 이상 여기에 없다. 혼자 남은 이 곳에도 햇볕이 들고 계절은 지날 것이다.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만 같던 눈물 자욱이 마를 때쯤이면 그와 그녀는 다른 사랑을 하고 있을 것이다. 둘이 함께 걷던 이 길을, 서로의 손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을 잡고 지나면서.
[2]
그 날 이후로 그의 일상이 전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녀에게 더 이상 문자가 오지 않는 것, 아무도 보지 않지만 하루 종일 켜져 있는 TV, 그리고 홀로 기념일을 알리는 핸드폰의 알람 숫자만 정도만 빼고.
처음으로 돌아간다면 지금과는 달랐을까. 아마 그렇지는 않았을 것 같다. 항상 그녀보다는 컴퓨터 게임, 야구 경기, 그리고 자신의 친구들이 더 소중했던 그였으니까. 마침표가 없어 길어지는 문장처럼 둘 사이의 관계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지기만 했고, 그들은 끝내 믿음이라는 글자를 읽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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