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혜영 어쩌면 스무 번&호텔 창문 비교분석 (괴기함과 모호함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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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편혜영의 작품들은 대체로 불친절하다. 항상 어느 부분에서 정보를 제공해 주지 않는다. 예컨대 <어쩌면 스무 번>의 마지막 장면에서 장인의 죽음을 연상할 수 있게 서술이 되어 있는데, 정확한 판단은 불가능하다. 동일 작가의 <호텔 창문>에서도 이러한 부분들이 있다. 주인공 운오가 화재가 발생한 건물 5층에서 본 것이 정말로 구조 요청을 보낸 사람인지, 운오가 그저 착각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 작가의 작품엔 괴기한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어쩌면 스무 번>의 화자는 아내와 치매에 걸린 장인을 데리고 외진 산골로 이사를 가서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그곳의 보안업체 직원들은 왠지 모르게 스산하고 괴기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호텔 창문>에선 한 인물의 대사에서 괴기함이 느껴졌다. 운오의 사촌 형의 친구는 자신이 일하던 공장에 불이 났을 때 자신 때문에 불이 났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곧이어 이런 말을 했다. “자책이 아니야. 그렇게 생각해야 후련해. 죽자고 고생하더니 기어이 불이라도 냈구나 생각해야 겨우 기분이 나아져.” 그는 오히려 자신이 불을 냈다고 생각하는 것이 후련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불을 냈을 수도 있다는 말을 하고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러한 인물의 태도는 괴기하게 느껴졌다. 필자는 편혜영의 두 작품에서 괴기함과 모호함을 중심으로 두 플롯을 비교 분석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어쩌면 스무 번>과 <호텔 창문>에 드러난 괴기함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 우선 <어쩌면 스무 번>의 화자인 ‘나’는 아내와 함께 치매의 걸린 장인을 데리고 외진 산골로 이사를 온 인물이다. ‘나’와 아내는 장인을 돌보는 것이 쉽지 않아 장인에게 수면제를 먹인다. 약을 먹였음에도 장인이 일찍 깨어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장인은 사나워졌고 아내는 장인보다 더욱 사나워졌다. 그러면 ‘나’는 집 밖으로 달아나 옥수수밭으로 갔다.

참고 자료

한보라, 「편혜영 소설에 나타난 현대 비판의식 연구」, 서울:고려대학교 대학원, 2019
인용 : 제13회 김유정 문학상 수상작품집 中 심사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