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택의 '소' 중 <그들의 춘투>

소개글

김기택 시인의 시집 『소』 중 「그들의 춘투」에 관한 감상문 입니다. 먼저, 2005년 1월에 작가의 시집 『소』에 쓴 '시인의 말'을 쓰고, 1. 김기택 시인에 관해 쓰고, 2. 작가의 시 「그들의 춘투」 시 전문을 쓰고 감상을 썼습니다. 김기택 시인의 시를 사랑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목차

1. 김기택
2. 「그들의 춘투」

본문내용

그 날은 좀 이상했다. 뭔가 조용하면서도 미세하게 분주한 느낌이 사방에 감지되었다. 처음에는 그게 뭔지 몰랐다. 산 초입은 늘 그렇듯 경사진 오르막이 시작되었고 나와 친구는 땀을 빼며 위로 위로 올라갔다. 어느 정도 올라야 쉽게 걸을 수 있는 평탄한 지대가 나왔는데 그때까지 나와 친구는 서로 말 없이 오르기만 했다. 대화를 하기에는 너무 숨이 차는 구간이었다.
어느 정도 올라 숨을 돌릴 만할 때 우리 둘은 산이 평소와 무척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산 전체에 작은 벌레들이 우글거렸다. 비탈진 언덕을 오를 때도 벌레들이 꽤 있었지만 평탄한 구간이 시작되자 말 그대로 산 곳곳이 벌레로 우글거렸다. 나무 몸통에도 벌레들이 줄지어 꿈틀거렸고 땅에도 벌레가 우글거렸고 바위나 풀에도 벌레가 우글거렸다. 빨간색과 검정색과 풀색이 어우러진 길이 4cm 가량의 다리가 많이 달린 가느다란 벌레였다. 자벌레도 아니고 노래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송충이도 아닌 것 같고. 언젠가 한번쯤 본 벌레 같은데 그 벌레의 이름은 알 수 없었다. 아무튼 산은 그 꿈틀거리는 벌레들로 몇 밀리 더 두꺼워진 느낌이 들었다.

< 중 략 >

뭔가 마음이 불편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벌레 떼를 의식하며 산 중턱에서 고지대로 꺾을 때 저 아래서 누군가 올라오고 있었다. 이렇게 비 오는 날에 산을 찾는 이는 드물고, 오는 내내 우글거리는 벌레를 보고도 계속 산행을 한다는 건 산에 미쳤거나 무슨 다른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했다. 우리는 숨을 고르며 뒤편에서 천천히 산을 타고 있는 사람을 보았다.
어떤 남자였다. 180cm가 조금 못 되는 키에 마른 체형을 한 남자였다. 우리는 안 그런 척 하면서 그 남자를 유심히 봤다.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없었다. 그렇다고 티내면서 볼 수도 없었다. 그 남자의 입성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그 남자는 보랏빛 우비를 입고 민트 색 우산을 쓰고 올라오고 있었다.

참고 자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