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름의 꽃자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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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장미였다. 담장을 타고 올라 벙글린 탐스런 꽃봉오리. 오월이 발산하는 환한 빛으로 맺은 초 록 이파리와 망울진 새빨간 꽃봉오리. 내 미적 감각에 탄성을 머금게 하는 꽃이다. 업무 중이라 자동차로 스치거나 아니면 긴 한 용건으로 지나쳐야 하는 걸음이라 눈에 넣고 보지 못해 안타까웠다. 내 언젠가는 저 요염하고 농염한 봄의 화신을 마음 놓고 눈에 넣어 느긋이 애무하고 감상하는 시간을 가지고야 말 테다고 다짐했다. 어느 광고 영상에서 장미축제 행사를 알리고 있었다. 바로 그곳이구나. 무릎을 쳤 다. 미뤄왔던 내 눈의 유희를 한 번에, 한자리에서 만끽할 장소가 바로 그곳이라고. 두 시간 반이란 거리도 개의치 않고 찾아갔다. 휘황찬란하게 도열하고 있을 장미 부 대의 환영식을 그리며 기대는 부풀어 올랐다.
그러나 축제장에 입장한 순간 힘이 빠져버렸다. 심어진 장미들은 지루한 파티장의 지치고 목말라하는 여인네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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