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택 시 전집에서 드러난 주체와 타자의 환원성

소개글

김기택 시인 평론 입니다.
그 의 전 시집 <태아의 잠>, <바늘 구멍 속의 폭풍>, <사무원>, <소>, <껌>, <갈라진다 갈라진다>
토대로 김기택 시에서 드러난 시 세계관, 사상 및 표현 기법의 특징을 서술하고 분석한 글입니다.

목차

1. 들어가며
2. 심연의 빛
3. 객체의 진실과 그의 영향
4. 주체의 객체화, 객체의 주체화
5. 창조의 순간

본문내용

한국 시는 왜 지금 자가비판 중인가. 이성 본위의 억압적 형식들에 대한 비판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쳤다든지, 대안 없이 전통의 해체만을 고집한다든지, 또는 오로지 무의식의 유동하는 욕망으로만 시를 환원하려 한다든지 하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시는 왜 아직도 종말하지 않고 그 힘을 자생시키며 곰팡이처럼 피어나는가.
파편화된 글은 더 이상 글이 아니다. 나아가 미지의 세계에 대한 웅대한 시야를 가진다 해도 현실로 실현되지 못한 글쓰기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미래에 대한 가정이나 실현되지 못한 역사의 대한 안타까움은 이미 쓰여진 글과는 별개의 것이다. 코기토에 대한 불신 또는 로고스 중심에 대한 거부가 정서적 의미의 해체까지 영향을 끼친다고 하는 오늘날, 이를 대신할 수 있는 글쓰기는 무엇일까.
필자는 김기택의 시에서 화합점을 찾아본다. 사라진 주체 혹은 익명의 주체에 대항하여 구획점을 지을 수 있는 주체는 타자를 면밀하게 바라보는 관찰자의 입지에 선 주체라 생각한다.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러 개인은 특정 시간이나 공간 내에 있는 특정한 의식이나 경험을 가장 의미로운 요소로 택한다.

< 중 략 >

우리는 눈으로 대상을 바라본다. 눈은 우리의 주체이다. 시야를 가리는 어둠은 타자다. 눈을 어둠으로 가득 채우는 일은 주체인 눈이 타자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채운다는 말을 주목하자. 채우는 행위의 운동성은 주체인 눈에게로 향한다. 눈은 고정된 상태이고 어둠이 눈에게로 옮겨져 눈은 어둠으로 가득 차게 된다. 어둠이 눈으로 들어간다. 주체는 타자를 지각하는 존재가 아니라 타자를 받는 존재인 것. 하지만 다음 시구를 보자.‘ 해골처럼 어둠이 눈이 되도록 채’운다. 눈이 어둠으로 변하는 것이 아닌 어둠이 눈이 되도록 채운다. 이는 타자인 어둠이 주체의 위치로 전환됨을 말해준다. 주체가 타자를 받아들이고 타자가 주체화되는 양식, 김기택이 사물과 나의 관계를 바라보는 전형적인 시선이다.

참고 자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