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욱의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의 시세계

목차

없음

본문내용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의 세계는 위협적이지만 보이지 않는, 나타나지도 않은 개가 어둠 속에 도사리고 있는 세계다. 현대인들은 보이지 않는 감시와 억압을 도처에서 받고 있다. 평소에는 알아차릴 수 없으나 칠흑 같은 어둠 속 막다른 골목에서 인간은 무기력하다. 이상의 「오감도」가 현대 사회의 파놉티콘을 말한다면, 이장욱의 「불멸의 개」는 어둠이 찾아올 때면 강렬하게 체감하는 억압이며, 그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이다. 나타나지도 않은 개가 목을 물고, 꼬리를 치는 행동은 상상 속에서 벌어진 일에 불과하다. 우리는 우리가 받고 있다는 억압을 두려워하면서 스스로를 그 두려움 안에 가두어 더욱 괴로워한다. 현실과 화자가 맺고 있는 관계는 실존적이면서도 허구적인 억압이다. 그 점을 인지한 화자는 골목에서 ‘단순한 눈으로’ 개를 바라보며 스스로가 만든 두려움에서 벗어나려 한다.

그리고 화자는 구분지을 수 있던 모든 것들이 구분할 수 없게 되어버렸을 때, 자신이 관계맺고 경계지었던 모든 것들이 무의미하며 현실이 악습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의 당신은 ‘당신들’이 되어 개별적 존재가 아닌 부조리한 현실의 구성원들이 된다. 그렇기에 화자는 망설임 없이, 임종의 얼굴로 지인들에게 전화를 건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세계이다.

참고 자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