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에서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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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성정이 드세고 거칠어서 악바리로 통했고 마을 일에도 사사건건 참견해서 분란을 일으켰다. 대학생들 사이에선 욕쟁이 할머니로 통했으니 알 만했다. 하지만 마을에서는 손이 크고 호탕해서 스무 해 남짓 부녀회장을 했었는데 그런 아내가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병세를 확인하러 오면 아내는 굽은 허리로 부들부들 떨면서 문 앞에 서서 손을 흔들어 주었던 아내는 더운 여름에도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정읍댁을 찾는다. 더는 물어볼 곳도 없는데 정읍, 정읍댁을 찾아 달라며 분노를 참고 간신히 내뱉는다. 마침 마을회관에서 온 마을 부녀회장들이 다 모였고 기자 양반도 와서 기다리고 있다고 그에게 빨리 와서 닭을 잡아 달라는 전갈이 왔다. -사내자식이 부녀회장 된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기자까지 온 것인데 인터뷰가 끝나갈 때 부녀회장들이 취재기자들과 사진기자들에게 닭고기와 막걸리를 대접했고 분위기는 떠들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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