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녕의 신라의 푸른 길에 나타난 처용과 수로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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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음에 그녀에게서 아사녀의 모습을 본다. 아사녀는 끝까지 남편 아사달을 기다리며 수절한 인물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아사녀를 이상형으로 생각하고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자신을 버린 듯한 아내에게서 아사녀에 대한 동경을 갖게 된 것은 아닌가하는. 그러나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고 수로부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점차 그녀를 수로부인으로 인식한다. 수로부인은 ‘나’가 생각하기에 끝까지 순정공을 따르긴 하지만 강릉에 이르는 바닷가에서 일상을 벗어버리는, ‘정절을 강요받은 춘향이’와는 다른 인물이다. ‘나’가 현실에서의 갑갑함을 벗는 기로에서 그녀를 만났다는 점에서 그녀는 또 하나의 일탈인 것이다. 그녀 역시 처용처럼 떠도는 ‘나’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등 일상에 지쳐있다는 점에서 ‘나’와 닮아있다. 그렇게 서로 닮아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들은 현실을 벗어나 비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눈다. 마리아 칼라스의 노래, 7번 국도에 얽힌 이야기, 헌화가에 대한 이야기 등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그녀를 수로부인으로, 그녀는 ‘나’를 파계한 스님(노인)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들의 관계는 보통의 불륜의 관계는 아니다. 서로의 일상을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가 작용해 성립된 찰나의 탈출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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