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집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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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 경자네 부용 닭장의 닭은 사흘 내내 팔리지 않는다. 건너편 신축 상가에서 크레인이 쇠를 때리는 소리를 내는데 철책이 언젠가 쓰러져 닭집을 덮칠 것 같아 옆집 미용실 원장에게 불안하다고 했다. 원장은 별것도 아닌 일에 신경 쓰는 거 여전하다며 딴청을 부렸지만, 경자가 사는 부용은 2년 전부터 땅값을 올리려고 신축 건물을 짓고 있다. 경자는 신축 건물 짓는 소음으로 닭이 제대로 울지 않자 병 걸린 닭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장사를 마치려고 셔터를 내렸다. 맞은편 부용 약재상 미닫이문 쪽에 놓인 빈 닭장 위에 고양이 몇 마리가 앉아 있다. 경자는 고양이를 보다가 키우는 개 보리를 본다. 보리는 고양이가 와도 관심이 없어 경자는 고양이를 다시 본다. 고양이 앉은 자리는 삼십 년 전만 해도 닭털 뽑는 기계를 놓아 쉴 틈이 없었고 복날에는 닭털이 배수구를 막아 부지깽이로 박박 긁어냈던 곳인데 크레인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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