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소설] 비오는 날, 검은 우산을 쓰고 가는 사람만 보면 난 가슴이 비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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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아직도 그날 그 아이가 무슨 이유로 나에게 올 수 없었는지 이유는 모르겠어. 그렇게 한참이나 시간은 흘러갔고 멀찌감치 뒤에서 그 놈의 얼굴 한번 구경하려 염탐하던 친구가 보다못해 나를 끌고 우산을 씌워주기 전에는, 그 아이의 검은 우산이 아닌 편한 친구의 빨간 우산에 머리를 숙여 집까지 끌려가기 전에는 나는 곧이곧대로 비를 맞고 서있어야만 했으니까.
집까지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나를 통과해 검은 우산을 찾으며 화가 난 친구의 손에 험하게 끌려가는 동안에도 난 생각했어. 혹시 그놈의 검은 우산에 시야가 가린 어느 어리버리한 기사 하나가 그의 우산을 날려버린 것이 아닐까, 우산을 잃은 그 친구가 쑥스러 나처럼 그 아이도 한참이나 그렇게 나를 찾으며 비를 맞고 있던 것은 아닐까.
비오는 날, 검은 우산을 쓰고 가는 사람만 보면 난 가끔 생각을 하곤 해. 그 때 그 아이, 무얼하고 있을까, 그날 왜 내게 우산을 씌워주지 못했었는지. 한번쯤 비오는 저녁, 그때 그 차갑던 어둠을 닮은 우산을 쓰고 가는 사람을 보면 난 따지듯 묻고 싶어. 당신은 왜 하필 그런 우산을 쓰고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지. 왜 자꾸 내 가슴에 빗물을 쏟아 넣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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